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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미니멀일기] 2

by Mia_Algarvian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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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단식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와 내 짝꿍은 함께 산지 벌써 6년이 되어간다. 

6년을 딱 붙어서 동고동락한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다소 깊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잘 보완되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음식이었다.

 

아니, 음식이 문제가 되진 않지. 

먹는 걸 좋아하는 게 문제지.

먹는 걸 좋아하는데 체질적으로 살도 잘 찐다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사실 그리 꼴사납진 않았다.

나는 chubby 했지만 짝꿍은 헬스장 1년 개근의 결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짝꿍은 내 곡선을 사랑했고 나는 불안함 없이 사랑받는 게 마냥 좋은 그런 시절이었다.

 

함께 지내기로 한 첫 3개월동안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7kg가 쪘다.

삼시 세 끼를 너무 잘 챙겨 먹은 탓이지.

어제저녁부터 쫄쫄 굶다가 보상으로 먹는 고디바초콜릿프라푸치노를 인스타스토리에 올리면

짝꿍은 나를 단 걸 무척 좋아하는 이쁜이로 인식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웰컴한 후 냉장고를 열어 처음 보여준 게 초코우유 '마일로(milo)' 한 번들이었다.

 

거의 매일 외식을 하고, 술도 마셨고, 밤산책을 하며 디저트도 챙겨 먹었다.

'먹어야 힘나지.' '일하는데 먹어야지.' '힘드니까 먹고 힘내야지.' '잘 먹으면 좋지'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운동을 다니며 신나게 벌크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을 실패한 주니어운동선수의 성인 된 모습이라고 농담하고 다녔지만

그런 내 모습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플러스사이즈는 이래저래 힘드니까. 

 

 

우리가 다시 만나고, 함께 코로나에 걸린 후 우리는 건강에 대해 좀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한 3년 정도 꾸준히 '단식'에 대해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자가노출시켜 왔는데

어느 순간 드디어, 우리가 단식할 결심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 국민이 다 하는 16:8 간헐적 단식을 하며 맷집을 키워갔고

내 고집으로 18:6 단식을 하다가,

짝꿍이 음식을 잘 못 먹고 체한 그날, 같이 40시간 단식을 했다.

나는 위가 많이 줄어서 일주일 중 하루 정도는 24시간 단식을 했다.

 

부활절이다 여름휴가다 살크업이 한창이던 때의 단식의 효과는 딱 만족스러웠다. 

3달간 먹는 양을 줄였는데 짝꿍은 10kg, 나는 7kg를 감량했다.

살 때문에 부담스럽던 운동이 더 쉬워졌고,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적응하기에도 좋았다.

 

주부로서는, 하루 한 끼만 해 먹으니 주방살림이 확 줄었다.

설거지 하는 물도, 세제도, 쓰레기도 줄었다.

이마저도 지긋지긋한 날에는 외식을 했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주방은 껌껌하고 냉장고 여닫는 불빛만 깜빡거렸다.

2주에 한 번씩 장을 왕창 봐오는데 식사량이 줄어서 사는 양도 줄었다. 

1주 치 음식을 산 줄 알았는데 2주가 다 가도록 음식을 해 먹고 있어서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현재는 1.5식? 정도를 하고 있다.

근손실이 오면 안 되기 때문에 운동도 하고,

또 오후부터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1식 보다 더 먹고 있다.

물론 저녁으로 계떡라면을 혼자 다 먹는 날도 있지만 

되도록 16:8 단식의 틀 안에서 먹으려 한다. (짝꿍은 아니다.)

 

 

아무튼, 단식할 결심을 하고 나서 미니멀라이프가 더 수월해졌는데 

음식에 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으니 다음 일기에 또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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