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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남부15

3월, 포르투갈에도 황사가 있다.. 꿈같던 휴가를 다 보내고 포르투갈로 돌아온 지 한 달쯤 되었다. 늘 가물고 목마르다는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는 매일 흐리고 비 오고 비 올 것 같고 습하고 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빨래를 못하고 있다.... 이대로 조금만 버티면, 포르투갈 봄의 시작을 알리는 부활절 연휴 파스코아(Pàscoa)가 오면 날씨가 확 나아진다.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지만 기상이변 어쩌고 하는 뉴스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실제로 일주일 뒤에 있을 부활절 연휴 당일 오전까지도 날씨가 흐림에 추움이다. 그리고 잊고 있던 아프리카발 황사비가 내렸다. 며칠 전 청소해둔 배란다가 흙비에 왕창 더러워졌다. 아 정말 황사비는 적응이 안된다. 밖에 둔 물건들을 솔로 문질러가며 닦아줘야 한다. 꼭 황사 비가 아니더라도 황사도 자주 오는데.. 2024. 4. 19.
알가르브에 여름이 온다 / 팔레지아(Falésia) 둘레길 산책 부활절(파스코아, páscoa) 지나고 나니 정말 여름이 훅 왔다. 이맘때의 알가르브는 사막화되기 바로 직전의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해서 후드를 입어야 하고 낮에는 해가 따갑게 쨍쨍이다. 점심 나절이 되면 열풍이랄까? 바람이 왕왕 불어서 '더운가?'싶지만 바람이 없으면 '너무 덥다'로 느껴진다. 그리고 건조하다. 열풍이라서. 그냥 히터를 틀어놓은 느낌이다. 사막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이게 바로 사막바람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늘아래서 맞는 바람은 차갑고 햇볕아래에서 맞는 바람은 후끈하게 건조하다. 그래도 아직 꽃은 피어있고 초록초록 들풀이 살아있다. 초록색이다. 곧 꽃들은 다 사라지고 들풀은 다 마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봄, 초여름 그 어디쯤이다. 조금 있으면 물기 없고 풀이 자라지 않는 부분의 .. 2023. 4. 18.
포르투갈 이야기 '아몬드 꽃의 전설' 아몬드 꽃의 전설 오래전 알가르브(Al-Gharb)의 젊은 왕 이븐 알문딤(Ibn-Almundim)은 '북방의 미녀'로 불리는 북유럽 출신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아름다운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 무어 왕은 그녀와 결혼했고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 그들은 한동안 매우 행복했지만, 어느 날 그 아름다운 공주는 뚜렷한 이유 없이 병에 걸렸고, 그녀는 매일 더 슬프고 우울해졌다. 그들은 그녀를 위해 파티와 연회를 열었지만 그녀의 슬픔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북쪽에서 온 한 노인이 무어인 왕에게 영접을 요청했고 공주가 먼 나라의 눈에 대한 향수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왕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다가 아몬드 꽃을 봤고 그 멋진 흰 꽃들을 보고 생각했다: "바로 그거야! 성 주위에 아몬드 .. 2023. 3. 16.
한국에 벚꽃이 있다면 포르투갈엔 아몬드 꽃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대한민국. 교복 입던 시절 이렇게 배웠던 것 같다. 사계절이 뭔 대수야? 때 되면 꽃 피고 잎 무성해졌다 낙엽 지고 눈 오는 거지 뭐. 사계절이 대수롭지 않았다. 아니 너무 자연스러워서 귀한 줄 몰랐다고 하는 게 더 맞다. 사계는 귀하다. 길고도 짧은 베트남생활동안 나는 울긋 불긋한 가을을, 눈이 소복한 겨울을, 봄이면 지천에 널린 개나리 진달래 벚꽃을 못보고 살았다. 뭐가 제일 그리워? 하면 벚꽃팝콘과 소복이 쌓인 흰 눈. 코로나로 한국에 잠깐 있는 여름부터 초봄까지 눈은 못 봤지만 단풍은 실컷 봤다. 그리고 2022년, 포르투갈에 오면서 또 못보고 지나간 벚꽃, 벚꽃 타령을 그렇게 해대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는 짝꿍. 그리고 4월, 볕이 좀 덜들어 뒤늦게 만개한 아몬드나무를 보고 ..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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