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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미니멀일기] 3

by Mia_Algarvian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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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 미니멀라이프의 모토는 '사지 않기'인데 이게 참 난감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생일 선물로 스탠드 믹스를 사줬다. 

와 너무 좋은데.... 좋은데... 걱정돼....!! 

 

본격 (광기어린)미니멀 베이킹

 

코시국 때 사워도우빵을 연마하면서 자연스럽게 달달한 식빵이나 소보루빵도 시도했었다.

너무 더운 동남아여서 페스츄리류는 정말... 매번 떡지기 일쑤였다.

자꾸자꾸 빵 만드는 재미를 붙이다 보니 머핀틀, 오란다틀, 파운드 틀을 종류별로 사고

사워도우빵을 위한 바네통, 피자팬, 빵 전용 도마, 쿠키 커터 등등 정말 많이도 샀었다.

그러다 브랜드 없는 스탠드믹서를 100불 주고 사서 신나게 썼다. 

그때쯤 우리는 계속되는 락다운에 지쳐서 뭐라도 했어야 했고

둘 다 미니멀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이 갇혀서 일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견뎌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서 모았던 것들을 제대로 팔지도 못하고 다 버리고 왔다.

 

그래, 왕창 버려야 미니멀이 시작되기는 한다. 그리고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

금방 써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보관해야 할 물건을 살 때는 엄청 고민을 해야 한다.

식재료나 화장품같이 내가 계속해서 쓰는 것들을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다 써서 없어질 때까지 안 사는 걸로 미니멀해질 수 있으니까.

 

 

아무튼, 생일 선물을 받았고 나는 베이킹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니멀해야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뜰주걱을 할 스파츌러와 스크레퍼, 종이호일은 필요할 것 같아 샀다.

그리고 집에 있는 오븐용기를 총출동해서 베이킹을 시도해 봤는데

유리건 스텐냄비건 자꾸 아래가 떡졌다. 

 

물론 남편은 맛있게 먹어주지만 원래 이러면 안 되는데

결과가 예상만큼 안 따라주니까 실망이 너무 컸다. 

그래서 한 한 달간 베이킹을 멈췄다. 

 

"이제 우리 집에 디저트는 없어?"
"응 없어. 이제 그냥 사워도우 빵만 만들 거야."
"왜? 케이크 엄청 맛있었는데??"
"자꾸 아래가 떡져서 나와서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어떻게 하면 마음에 드는데?"
"케이크용 틀을 하나 사야지.. 전용용품이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그럼 하나 사지 뭐."

 

와 씨... 그래서 쉬폰틀도 하나 샀다.

그냥 원형틀은 집에 있는 냄비로 버텨볼 참이었다. 

쉬폰틀이 생겨서 또 열심히 케이크 만드는 열정을 불태웠다.

마침 크리스마스고, 발렌타인데이고, 결혼기념일이고, 그냥 만들고 싶은 레시피가 생겼었다.

거의 매일 디저트가 있는 나날이었다. 

열전도율이 더 좋아져서 그런지 결과물도 흡족했다. 

 

나란 인간은 은근 욕심이 많아서 하나를 가지면 또 다른 하나를 가지고 싶어 하지.

 

예전엔 더운 게 싫었지만 지금은 더운 나라가 그립고, 겨울에 눈이 안 내려서 눈이 그리운 것처럼.

 

자꾸자꾸 틀을 쓸 수 있는 레시피만 찾다 보니 다 그게 그거고... 

점점 재미가 없어지려고 했다.

 

휘낭시에 틀이 사고 싶어... 버클로 옆을 열고 아래가 분리되는 케이크틀을 사고 싶어...

파이틀을 사서 키쉬도 만들고 타르트도 만들고 싶어.....!

마들렌 틀을 사서 마들렌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난 미니멀하게 살기로 했자나..??

정리를 위해 장을 사고 그 장을 채우려 물건을 사고 하는 삶은 이제 그만둬보기로 했잖아???

 

 

그래서 여기, 내 미니멀라이프에 동조하는 베이킹라이프가 있다. 

 

난 휘낭시에도 쉬폰틀에 구워.. 🥹💝

 

우유식빵도 쉬폰틀에 구워...🥹💝

 

포기하기 전이라 사진은 안 찍었지만.. 

난 당근케이크도 쉬폰틀에 구워....🥹💝 

파운드케이크도 쉬폰틀에 구워....🥹💝 

 

마들렌도 쉬폰틀에 구울 거야..🥹

몽블랑도 쉬폰틀에.....

에그타르트도 쉬폰틀에 구워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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