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여름 해변은 극단적이다.
뜨겁거나 차갑다.
뜨거운 건 햇살, 달궈진 모래, 그리고 태닝 하는 외국인들. 차가운 건 바닷물.
여기 사는 사람들은 여름에 이정도면 물에 한 번 적실만 하다고 하는데
뜨뜻한 베트남 바닷물에 익숙한 한국인인 나는
18도, 19도의 바닷물이 차갑기만 하다.
물론 어떤 날에는 감히 성큼성큼 바다로 들어가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아무튼, 내 기준 이렇게 뜨겁고 차가운 극단적인 포르투갈의 여름 해변에 설탕 같은 달콤함이 있다면 그건 바로,
'볼라 드 베를링', 쉽게 말해 그냥 도넛이다.
한국에서 한참 노티드 도넛이 인스타그램을 점령하며 내 식욕을 자극할 때, 나는 그런 걸 찾기 힘든 베트남에 있었던지라,
그것도 락다운 중이었던지라 집에서 직접 도넛을 튀겨 먹었지. 그때 생크림을 만들어서 도넛 사이에 넣어 먹었는데
우리 짝꿍 왈 "포르투갈에서는 노란 커스터드크림을 넣어 먹는 게 기본이지." 라며, 향수에 젖어 와구 와구 먹었더랬다.
사실 볼라 드 베르림은 여느 파스텔라리아(pastelaria)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다양한 버전의 크림과, 큰 것 작은 것 등 사이즈도 다양하다.
하지만 내 기준 제일 꿀잼으로 먹을 수 있다면 바로 해변 모래 위에서 먹는 볼라 드 베를링이다.
치킨도 야외에서 시켜 먹은 치킨이 더 꿀잼맛인 것처럼,
나한테 볼라 드 베를링은 해변에서 짭짤하게 모래 좀 묻히고 있을 때 먹어야
"그래 이 맛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스본 카이스 두 소드레(Casis do Sodre)에서 카스카이스(Cascais)까지 이어지는 기찻길 + 해변도로는
한 때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도로 + (그래서 한 눈 팔다가)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해변도로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해변도로 아래로 펼쳐진 크고 작은, 제각각의 개성을 가진 여러 해변이 있는데
7월, 8월, 9월 포르투갈 여름의 절정, 여행객도 많고 여름휴가로 나라 전체가 느긋해지는 이 시기에
사람이 많은 해변에서 볼 수 있다.
판매자들은 주로 오전 10시쯤부터 아이스박스를 들고 돌아다니며,
우리나라 "찹쌀~~ 떠억~~"처럼"볼~ 라~ 베를링~"하고 외치며 돌아다닌다.
대부분 손을 들고 눈을 마주치면 근처로 오시고, 대부분 영어를 하시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로도 주문할 수 있다.
대부분 개당 1.5유로 정도이며,
노란색 커스터드 크림이 든 것을 선택할지 크림 없는 도넛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본다.
With cream? Without cream?
Com creme? Sem creme?
눈에 보이면 먹고 싶은 놀이동산 츄러스, 구슬 아이스크림처럼
해변 산책만 나갔다 하면 지나가는 이 요망한 도넛 때문에 늘 잔돈을 챙겨 다닌다.
ps. 파스텔라리아에서 먹는 볼라 드 베를링.
똑같이 맛있지만 그 맛이 아닌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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