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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포르투갈의 크리스마스

by Mia_Algarvian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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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5년째 함께, 또 떨어져서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지만

이번엔 정말 제대로 포르투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이라 일찍부터 들떴었다.

짝꿍과 일정을 상의해서 리스본의 크리스마스 불빛을 보고 싶었는데 계획한 바와 영 다르게 마무리가 되어버렸다.

 

4월 25일 다리를 건너면 진짜 리스본에 온 게 실감이 난다.

 

 

아무튼,

계획한 일정의 딱 한달 전에 아주 저렴하게 버스 티켓을 샀다. 세트히우-알부페이라 왕복  1인 10유로씩.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서 화요일(27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한국은 26일이 평일이라 혹시 일할까 싶어 노트북도 챙겨갔다.

 

 

시댁(?)에 도착하니 벌써 디저트가 잔뜩이었다. 

야레야레... 명절은 역시 음식과의 싸움이지.

밤톨 모양으로 빚어 구운 커스터드 도넛? castanhas de ovo / 쌉쌀한 오렌지껍질 절임에 뒤통수 맞는 broas castelares 

 점심 먹고 커피 마시면서 일차로 디저트를 조지고 크리스마스를 위한 디저트를 만들었다.

짝꿍은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초콜릿무스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타여사는 쌀푸팅(arroz doce)를 만들었다. 부엌이 난리 난리..  

짝꿍은 노른자에 설탕을 넣어 설탕은 다 녹고 노른자는 크림이 되도록 계속 휘핑하고 흰자에는 소금을 넣어 휘핑했다.

아무 버터나 넣고 초콜릿을 녹이던데 버터도 그냥 보통의 가염버터였다. 

음.. 유튜브 레시피를 찾아보면 분명 무염 버터를 쓸 것 같다. 

신중의 신중을 기해 초코 무스를 만들고 냉장고에 둔다.

그날 한 것 보다 다음날 먹었을 때 더 맛있었다. 

지타여사는 레몬껍질을 함께 넣어 쌀푸딩을 만들었는데 사진 찍는 걸 워낙 싫어하셔서 과정은 남길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은 삶은 야채와 바깔랴우 (Bacalhau com todos). 

정말 오랜만에 두툼한 염장대구를 맞보는 것 같다. 

짝꿍이랑 둘이 해먹기는 냉동도 괜찮은데 이건 마치 명절 맞은 한우 소갈비랄까...?!

얇은 부분은 슴슴하니 짠기가 하나도 없었는데 큰 뼈에 붙은 두툼한 살은

짭조름하다 적당히 꼬들 탱탱한 염장한 맛이 났다.

케일처럼 생긴 포르투갈 양배추(Couve Portuguese). 바깔랴우 삶을 때 같이 삶아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스테이크보다 삶은 생선과 야채 먹는 게 더 좋다니.. 늙었나봐..!! 

 

 

이브날인지 크리스마스날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지타여사의 쌀푸딩, 크리스마스하면 먹는 케이크 볼루 헤이(bolo rei). 

한입씩만 맛 봐도 금방 배가 불렀다.

특히 짝꿍에게 마르고 닳도록 '볼루헤이는 맛으로 먹는 게 아냐. 그냥 전통이야.'라고 들었는데

웬걸, 이 볼루헤이는 파네토네같은 식감에 적당히 달고, 안에 건과일도 너무 딱딱하지 않고 신선해서 정말 맛있었다.

아 사진엔 없지만 물론, 포르투갈식 카스테라 빵드로(pao de lo)도 먹었다. 헤헤.. 

첫날 스타트가 이런데 앞으로 남은 날들은 안봐도 뻔했다.

나는 리스본 일정 내내 볼루헤이를 먹었고 알가르브 내려오면서는 아예 하나 사서 들고 왔다. 

 


크리스마스 점심에 맞춰 짝꿍의 조카네 가족이 왔다. 아니 쇼핑백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잖아?

분명 크리스마스 선물 안사도 된다고 했는데...?!! (그래서 우리는 조카들에게 현금박치기함.)

먹어치우고 마시느라 정신없었지만 일단 포르투갈 가정식 애피타이저의 정석, 삶은 새우를 먹었고

미리 재워둔 염소고기에 감자, 양파, 토마토 등등 양념을 해서 오븐에 구워낸 요리(Cabrito assado no forno)를 먹었다.

 

Salada de frutas

후식으로 포르투갈식 과일샐러드를 와인 컵에 담아 먹었다. 

미성년자인 조카들을 위해 포트와인은 각자 잔에 약간씩 넣어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사과, 황도캔, 바나나, 파인애플. 솔직히 맛있는 거 다 들어갔고 냉장고에 둬서 시원한데 이보다 맛있는 게 있을 리가! 

와인이 술술 넘어가길래 볼루헤이까지 와인과 함께 했는데

초콜릿 무스를 슥 바른 볼루헤이에 와인, 진징야를 같이 먹고 마셨더니

이날은 거나하게 취해서 초저녁 잠을 새벽까지 자버렸다. 

 

 

2022 크리스마스의 교훈.

1. 디저트가 넘쳐나니 나는 그냥 와인을 사갈 것.

2. 좋아하든 말든 일단 꼭, 선물 꼭 준비할 것.

3. 까스활명수 1일 1병, 또는 1끼 1병 정도로 준비해볼 것.

4. 볼루헤이는 파레드 히베이루(Pastelaria Ribeiro)에서!

5. 크리스마스 도시 투어를 위해 이브 며칠 전에 내려갈 것! 

6. 쇼핑은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콜트잉글레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