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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6월 3주 포르투갈 일상

by Mia_Algarvian 202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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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동네 피자집 데이트

우리 둘은 스스로가 하는 음식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외식보다는 직접 해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림'하는 내입장에서는 가끔 외식이 그립기도 하다.

음식을 하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신나게 요리하고 나면 어질러진 주방, 먹느라 쓴 식기들을 정리할 일이 까마득하니까.

음식을 하고 치우기까지 사실 1시간이면 충분히 끝나고도 남을 시간인데 가끔 그런 날이 있지. 푹푹 퍼지는 날.

웬일로 오늘은 둘 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숙취'있는 날. 그래서 가까운 동네 피잣집으로 갔다.

오늘 일기는 그냥 둘이 데이트하는 기분 내며 외식을 했다-는 걸로 끝.

피자맛이나 식당의 서비스나 먹고 난 후의 감상 같은 건 다 그냥 잊고, 우리 둘이 외식. 그걸로 끝.

 

 

15일 Eu sou incrível! 

언젠가 영화 '모아나'에 나오는 마우이의 노래 '괜찮아' 노래를 여러 나라 버전으로 들었는데 포르투갈어 버전 제목은 "De nada"였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간에 모아나가 마우이의 귓가에 "You're so amazing!"하고 속삭인다.

유럽식 포르투갈어로는  "Ele é incrível"이라고..!! 

그리고 별 것 아닌 이 단어에 꽂혀서 요즘 스스로 자존감을 드높이는 중이다.

이를테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헬스장에 가면 incrível + 1,

점심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면 incrível + 2,

오후에 간식 없이 잘 보내면 incrível + 3,

헬스장에 안 간 날 집에서 간단히 홈트를 하면 incrível + 4,

음식 하고,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고, 바닥 밀대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면 나는 정말 incrível + 11111111 이런 식이다.

그리고 내가 원래 그러하듯 뭔가 하고 자랑하고 싶을 때

짝꿍 한데 "나 이거 했다?" 하고 얼른 말하라는 신호를 보내면 "Tu és incrível." 해준다.

https://youtu.be/oSqHX21cbtk

 

 

16일 브라질리언 숯불구이와 카이피로스카(caipiroska)

 

수잔나의 친구, 하켈의 집으로 저녁 초대를 받았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래브라도 멍멍이가 있었고,  사실 좀 오랫동안 먹고 싶어 하던 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ㅋㅋㅋㅋ.

 

사실 이 날의 대박은 보드카를 넣은 칵테일인 카이피로스카와 하켈에게 배운 삼바 춤이다.

특히 카이피로카 칵테일은 하켈의 파트너인 미스터 바타타(batata, 감자)가 직접 제조해줬다.

카이피로카, 카이피로스카, 카이피보드카 등 여러 이름이 있는데

오늘은 사탕수수로 만든 보드카로 만드는 보드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이피로스카'라는 이름이 원래는 '카이피+보드카' 인데 사람들이 편하게 부르다 보니 '카이피로스카'가 되었다고 해줬다. 

카이피보드카의 제작과정도 볼 수 있었는데 보드카, 설탕, 얼음, 라임이 각각 1대 1로 들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

와... 이 맛있는 카이피보드카를 3잔 마셨다. 진짜 짱 맛있었다. (그리고 숙취도 별로 없었다!)

삼바 춤은 파트너 없이 혼자 출 수 있게 몇 가지 동작을 알려주었는데 동작 이름이 너무 재미있었다.

훌라후프 하듯 허리를 돌리는 초콜릿(chocolate), 좌우로 웨이브를 타는 꿈틀이(minhoquinha, 작은 벌레),

그리고 또 몇 가지 더 이름이 있는데 술에 취해 배웠던지라 잘 기억이 안 난다.

사진은 잘 따라해주었다며 빅허그를 준 하켈과 그 때의 나에게 딱 맞는 문구가 적힌 컵. 

요 며칠 사람들과 어울렸더니 이제 다시 몇 주쯤은 사교활동을 안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데 카이피로스카는 다시 먹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18일 체력 증진 일지, 런데이 2주 차

 

런데이가 유행이라길래 나도 해보고 싶었다.

시작하기 전에 어떤 프로그램인가 봤더니 뛰었다 걸었다를 하는 방식이라고.... 

3월, 4월만 해도 내 체력에는 절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체력이 너무 약해졌고, 포르투갈에 오자마자는 신나서

여행하는 듯 먹어대서 몸도 무거워졌다.

바다에서 서핑을 해보면 안다. 내 몸이 어떤지. 그리고 정말 좌절의 연속이지.

5월부터는 날도 많이 따뜻해지고 찬바람도 확연히 줄어서 걷기 운동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한 시간 동안 계속 걷기만,

절벽(falésia)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길도 산책했다.

30분쯤 쉼 없이 걸어도 숨이 안 차는 정도가 되고 중간에 헉헉 거리지 않고

계단을 한 번에 오를 수 있을 즈음에 런데이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때 마침 집 근처 호텔 헬스장을 한 달간 등록했다. 

그래서 러닝머신에서 런데이를 시작하게 됐다. 

1주 차를 마무리하고 정말 뿌듯했다. 2주 차를 들어가고 나니 트레이너가 48시간은 쉬어도 된다고 해서 유산소는 정말 푹 쉬었다. 

2주 2회 차를 막 마무리했는데 나는 이번에도 1분 30초씩 5회만 뛰는 줄 알았는데 6회를 뛰라네??

5회 차일 때 이제 끝이다! 하고 약간 스퍼트를 올렸는데

"이제 2분 동안 걷자!"라고 하길래 엥? 하고 화면을 봤더니 뛰는 구간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더 놀라운 건 좀 천천히 걸으면서 숨 고르고 한번 더 뛰었는데 뛰어졌나는 거다.  대박!

이렇게 체력이 느는구나. 아직 몸이 많이 늙지는 않았나 보다. 

빨래하면서 깜빡하고 양말은 안 챙겨가서 발바닥에 가볍게 물집이 잡혔다. 

공교롭게 러닝화랑 양말에 대해 이야기하던 차에 양말이 없어 물집이 생기다니....

물집이 다 나으면 2주 차 마무리해야지.

건강해져야지. 수영도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서핑해야지.

 

 

19일 갈매기(gaivota)와 생선

어제 오후에 냉장고가 휑해서 간단히 마트를 다녀왔다. 생선코너에 들러 전기구이 해먹을 생선(carapau)도 샀다.

포르투갈은 사르딩야(sardinha, 정어리)가 유명하긴 하지만 가시 발라 먹기에는 카라파우(carapau, 전갱이) 가시가 훨씬 낫더라.

생선을 구워 먹고 남은 생선 머리랑 뼈, 잔뼈에 붙은 살 등은 길냥이들 주려 씻어둔 우유팩에 잘 모아두었다.

그리고 incrível 한 일들을 하는 동안 길냥이 밥 냄새가 거슬려서 잠깐 베란다에 두고 잊어버렸다.

원래 우리 집 베란다는 참새도 앉았다 가고 물까치도 앉았다가 푸드닥 날아가는 곳이라 

베란다에서 푸드덕 소리가 들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오늘따라 등골이 서늘한 덩치가 느껴지는 새가 있었다.

"옴마야"하고 뒤를 돌았더니 갈매기가...... 길냥이 밥을 먹고 있었다.

베란다는 그야말로 생선 가시 난장판... 어휴.

혹시 생선 냄새 맡고 집안에 들어올까 봐 베란다 문을 닫고 숨죽여 기다렸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놓칠 순 없지. 

요 갈매기새키....  길냥이 밥을 물어가다니.

글을 쓰는 오늘(20일) 점심 지난 무렵 베란다에 빨래를 너는데 

머리 위로 갈매기가 윙- 하고 한 바퀴 돌더니 갔다. 

갈매기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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