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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6월 1주 일상기록

by Mia_Algarvian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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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안녕 찰리, 안녕 프랑스

길고도 짧았던, 값진 경험 투성이었지만 아쉬움도 너무 많은 일주일간의 프랑스 여행이 끝났다.

첫 프랑스 여행을 시골로 가게 되어 영광이었다. ㅋㅋㅋㅋㅋ 

나는 정말 도시를 선망하는 여자지만 자연 앞에 마주 서는 나 자신을 볼 때면 나는 정말 시골 여자구나 싶다.

한국 같으면 저 너른 뜰에 뭐라도 심었을 텐데,

들풀 같은 잔디들이 초록 초록인 정원에 들쑥 들쑥 심긴 과실수들이 높다랗게 잘 자라서 그늘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무엇보다 감격스러웠던 장미덩굴. 장미 숲. 장미향이 어딜 가나 있었다. 아 그래 5월이었지.

 

긴장의 연속이었던 라이언에어(ryan air) 체크인과 보딩은 생각보다 시시하게, 별일 없이 끝났다.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안에서는 마스크 쓰라는 소리가 없었는데,

포르투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보딩 때부터 마스크를 껴달라고 부탁했다.

갈 때는 빡빡하게 앉아 갔지만 올 때는 눕코노미로 왔다. 러키! 

 

아무튼 안녕 찰리 . 안녕 프랑스. 다음에 또 봐! 

 

1일      제철 생선 사르딩야(sardinha), 정어리

일주일간 집을 비울 거라서 여행 가기 마지막 이틀은 그냥 냉장고 파먹기만 하면서

남은 재료를 최대한 소진했었다.

인생에 딱 한 번 여행이 계획대로 맺어지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는 강박적으로 '다시 계획대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집을 정리하고 나온다.

 

다행히도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온 덕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마트에 갈 수 있었고,

마침 사르딩야(정어리)가 좋은 가격에 싱싱하니 진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사르딩야구이로 당첨.

 

워낙 여린 생선에 잔가시도 많아서 꽁치를 구워 먹는 기분인데,

아무렴 어때 맛있으면 다지.

금방 구워서 뜨끈한 걸 호호 불어서 잔가시들 아무렴 어때 하고 뽀둑뽀둑 씹어서,

육즙 많은 보들보들한 살을 발라 먹고, 갈색 부분은 텁텁하고 쓴 그 맛으로 먹고.

다음 주에나 마트에 다시 갈 텐데 그때 또 좋은 사르딩야를 만날 수 있으려나.

이번엔 10마리만 샀는데 다음엔 12마리 사서 6마리씩 나눠먹자. 아니 7마리씩 나눠먹을까?

 

 

2일     돌아온 바다

 여행 끝나고 다시 온 바다.

프랑스 여행 중에는 날이 정말 더워서 비키니 입고도 첨벙첨벙 잘 들어갔는데

이건 학습된 기억 때문일까? 

집 앞 해변은 차갑다, 매섭다 하는 느낌이 있어서 선뜻 입수가 안된다.

무엇보다 요즘 서핑이 안된다.

안돼도 너무 안돼서 사실 너무 속상하다.

집에서 연습도 좀 해보는데 막상 바다만 들어가면 막히는 그 뭔가가 있다.

 

프랑스 여행 중 들른 노정 해변(Plage de Nauzan)에서는 

왠지 서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져갔던 패들보드 위에서 서핑 흉내를 냈었는데

뭔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포르투갈에 오니 왠지 자신이 없다.

보드 탓, 웻 슈트 탓을 을 하고 싶은데 웻 슈트는 아무 잘못이 없고 새 보드를 샀다가 또 이 꼴이 나면 정말 크게 좌절할 것 같아서.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웻 슈트에 리쉬, 한 짐을 이고 지고 가서는 서핑을 안 했다. 

속상하다.

 

 

 

3일     알가르브의 소소한 재미들

 

오늘은 모험하는 셈 치고 새로운 길로 가봤다.

평소라면 안 갈 길인데 그냥 핸드폰도 있으니 길을 잃어도 집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막 열매를 맺는 아몬드 나무 밑에 가서 

아몬드 알을 몇 알 주워다가 돌로 쪼개서 깠다.

거의 대부분이 꽝이었는데 

운 좋은 몇 알에서는 아몬드가 나왔다.

웜매 러키!

 

그리고 잣이 들어있는 솔방울도 두어 개 줍고.

 

허술하게 쳐진 펜스 구멍으로 쏙 들어가서 오렌지도 두 알 따먹었다. ㅋㅋㅋㅋㅋㅋ

비가 하도 안 와서일까. 오렌지가 정말 달았다.

 

그러다가 지나는 길에 본 예쁘게 이발한 양 떼들.

아기양 엄마 양 검은 양 흰 양들이 우르르 지나갔다.

 

빼뚤빼뚤 걷는 어린양이 있었는데 

걸음걸이가 날 닮았다며 웃었다.

 

 

5일      영화관 데이트, TOP GUN(탑건)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누구랑 함께 영화관에 간 건 오랜만이라 설렜다.

탑건을 보기 위해 전날 1986년작을 예습하고 갔더랬다.

어릴 적 가족끼리 비디오 빌려서 보던 여오하들이 다 액션 액션 영화여서일까?

나는 액션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외국살이를 시작하고부터는 액션 영화가 더 좋다.

한글 자막도 안 달려있고 대화의 60%밖에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냥 다 이해가 되고 설명이 되는 영화가 액션 영화다.

가끔 대화가 길어지거나 대화로서 이전 상황을 설명하는 그런 부분에서 고전을 겪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번에도 톰 크루즈가 아주 멋있게 달리는 장면을 보리라 기대하며 탑건(top gun)을 봤다.

결론은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톰 크루즈 + 예전 멤버로 찍을 탑건인 이게 마지막일 테니까 하고 싶은 장면은 그냥 다 한 것 같았다.

비행하고, 훈련하고, 희생하고, 살아나고, 구하고, 함께 비행하고 하는 그런 예상되는 모든 시나리오들이 그냥 다 나왔다.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Penny는 누군가. ㅋㅋㅋㅋㅋㅋ

그냥 우리는 우리가 못 본 번외 편에서 페니랑 매브릭이 연인이었구나 하고 추측했고(영화를 보는 내내 그걸로 충분했고) 

정말 재미있는 2시간을 보냈다. 다음엔 팝콘은 달콤한 맛으로, 집에서 물은 싸오는 걸로.

 

6일      헬스장 등록

프랑스에 있는 내내 원 없이 먹었지.

크로와상, 누텔라 크로와상, 젤리 , 에끌레어, 바케트 그리고 술.

코냑, 화이트 와인, 레드와인, 코냑 칵테일,,,, 

 

단련되지 않은 몸이라 조금만 음식을 잘못 먹으면

얼굴부터 붓기 시작해서 살이 부우 욱 찐다.

게다가 초대받고 나가서 사 먹고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고 오늘 아니면 또 언제 하는 마음으로 절제 없이 먹게 된다.

(그리고 프랑스 식당의 한 접시 양은 정말 많다.)

 

그래서 포르투갈로 귀국하자마자 운동할 것들을 찾아봤는데

집에서 3.4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호텔헬스장을 등록하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공간이 잘 나눠져 있고, 수영장 뷰를 보며 유산소를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등록하면 수영장, 테니스코트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도 해서 그냥 한 달을 계약했다.

등록비 + 보험 + 한 달 사용료 * 2인 - 6월 1일~5일까지의 요금 = 95유로였다.

나의 목표는 정말 조심스럽게 20회 이상 가면 정말 성공, 16회 이상만 가도 나는 정말 대단한 거다 하고 설정했다.

나는 보통 밤에 활기찬 편인데 같이 가는 사람은 오전에 운동하고 싶다고 해서 사실 좀 고민이 된다.

일어나자마자 운동이라니. 우왕. 그냥 일어나자마자 헬스장에 들어가기만 해도 나는 대단한 거야.

그러니까 파이팅! Estou muito incrí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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