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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3월 1주 서핑일기

by Mia_Algarvian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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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내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별로였다.

아주 드물게 파도가 있는 날도 있었지만 파도와 바람 방향이 별로라 입수한 날이 없었다. 나는.

짝꿍은 호기롭게, 매직씨위드에 별이 뜬 날 보드를 챙겨서 나갔고

나갔다는 수고로움에 입수했지만 입수 자체를 후회하고 마는 그런 날이 몇 번 있었다.

 

 

2월 마지막주부터 갑자기 매일 파도 예보가 생겼다. 

1미터 보다 큰 그런 날은 짝꿍 혼자, 1미터 보다 작은 날은 나도 같이- 하는 마음으로 서핑계획을 짰다.

 

타이를 생각하면 오전9시에 가야 하지만 아직 9시는 너무 춥다. 

침대 밖을 벗어나기 어려운 나의 성격 + 아직 바람이 차다는 이유로 일찍 가면 9시 반, 적어도 11시 전에는 입수했다. 

 

이 사진을 찍은 날은 드디어 파도가 1미터가 안 되는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개발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간 운동도 안하고 서핑도 많이 안 해서 정말.... 개발렸다. 

뚱땡이 나를 서핑시켜주던 커다란 스펀지보드는 파도의 위력에 더해 나를 잡초 뽑듯 뽑아냈다. 

나는 결국 내 힘으로 화이트워시를 못 뚫었다.

영광스럽게 살이 빠진 자리로 바닷물이 들어와 나는 패들 한 번 못해보고 웻수트 안이 다 젖었고

6개쯤 연달아 오는 세트파도에 다이빙하느라 숨이 가빴다. 

진이 빠지니까 무릎 아래 묶어둔 리쉬가 물속에서 나를 덤블링 시켜 라인업 밖으로 밀어냈고

이대로 저 파도에 쓸려가기엔 쇼어브레이크가 너무 쎄서 보드나 나 둘 중 하나는 부러질 것만 같았다. 

나를 가여이 여긴 짝꿍이 하나 타고 나와서 뒤에서 로켓펀치로 밀어준 덕에 라인업에서 숨 좀 고를 수 있었다.

그러다 만조가 겹치면서 이대로 표류하느니 그냥 나가야겠다 - 해서 서핑 못하고 나왔다.

 

내가 왜 이렇게 잘하지도 않은 걸 주절주절 쓰냐면, 

돌아와서 파도에너지를 봤는데 22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오랜만에 별을 봐서 파도 에너지 보는 걸 깜빡했네~.

한창 서핑 열심히 할 때는 1500이 내 한계, 포르투갈 와서는 1000 넘으면 안 들어갔었는데 말이다. 

 


다른 날에는 파도 에너지도 미리 체크하고, 미드타이 시간 잘 맞춰서, 파도 사이즈도 적당한 날 재도전했다.

물론 로켓펀치에 힘입어 라인업에 갔다.

아 이번엔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부서질 듯 부서지지 않는 그런 파도였다.

사실, 롱보드한테는 괜찮은 컨디션이었는데 아뿔싸, 내가 패들 할 팔이 없네??

푸시할 힘도 안 남기고 패들 하면 파도는 잡히는데 잡고 라인업으로 돌아오니 다음번 패들할 팔이 없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발도 시리고 손도 시리고 아까 웻수트 안으로 들어온 물도 찰랑이고, 

그래서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파도였다. 

아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오랜만에 서핑해서 잊었는데, 이런 거 기억하려고 서핑일기 쓰는 거지 뭐. 

  • 패들할 때 배밀이 할 것
  • 속도 붙일 때 왼팔 밖으로 안 빠지게 신경 쓸 것
  • 일어서기 전에 패들 4번은 더 할 것 
  • 평소에 운동 좀 할 것

  • 아 웻수트 새로 사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아 에폭시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