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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10월 25일 서핑(기록)

by Mia_Algarvian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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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서핑한 것 같은 날이었다.

 
 

요새 새벽 1시 넘어 취침하더니 이제 우리 집 아침형인간 고틀링씨는 8시 반 넘어서 일어난다.

아침잠 많은 나를 깨워 짐 챙겨 갔더니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아뿔싸. 늦었구먼.

예보에는 바람이 없다더니 직접 보니 챠피했다.

서핑스쿨이 막 수업을 시작한 걸 보니 로우 타이에 맞게 잘 온듯했다.

맞아. 우린 늘 로우 타이 상관없이 9시 전에 왔었지.. ㅋㅋㅋㅋㅋ

오늘 마이 늦었엉.

웬일인지 파도가 그리 거칠지 않았다.

물론 물 모아서 한방에 빵 치는 쇼어 브레이크가 없진 않았지만

롱보드 타기 괜찮은 완만한 파도가 대부분이었고

파도가 깨지는 와중에 면이 서는 그런 파도였다.

짧은 피리오드에 비치 브레이크.

다낭 파도 닮았다.

그래서인지 자신감이 붙어서 파도를 곧잘 잡아냈다.

 
 

오늘은 드디어 파도 면을 4초 이상 탈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내 보드는 무겁고 두껍고 거대하고, 크루즈선 같은 편안함을 주지만 그만큼 턴하기 힘든데

오늘 파도는 턴도 되고 레일도 좀 탈 수 있었다.

아 물론,

누가 내 타는 꼴을 영상으로 찍었다면 나는 그냥 파도를 보드로 비비는 행위, 그 이상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스몰 톡의 귀재 고틀링씨는 라인업에 둥둥 떠있는 로컬 실바와 다수의 여행 서퍼들과 수다를 떤다.

고틀링씨의 수다는 보통 파도로 끝맺음을 짓는다.

하는 얘기의 흥미나 중요도 따위는 잡아탈 파도가 오는 순간 중단.

얘기하다 말고 "나 간다!" 하고 패들 왁왁 해서 파도 타고 저리로 간다.

좀 있으면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라고 하는 게 고틀링씨의 방식이다.

근데 다들 이해하지. 오히려 파도 많이 잡아탄다고 부러워하지.

그리고 동기부여-! 나도 잡아타야지!

퇴수할 즈음엔 항상 뭐가 잘 안돼서 나온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이젠 사이즈가 너무 커진 웻수트에 물이 많이 고여서

배가 살살 아플 만큼 추워져서 나왔다.

분명 체력도 다하고 파도도 잘 안 잡히고 이런저런 이유로 해변에 나와보면

꼭 좋은 파도가 하나씩 온다

'쨔잔~~ 이거 봐라~~ 타고 싶지?? 이렇게 생긴 파도 너 못 탔지??'

응. 속지 않아.

이렇게 재밌게 탈 줄 알았으면 고프로 들고 오는 건데 싶다가도

이렇게 잘 타는 날이 드무니까 고프로가 소용이 없지 하고 깨닫는다.

아무튼, 오랜만에

퇴수할 이유가 웻수트 안에 고인 물 밖에 없는 아주 좋은 날이었다.

수요일도 꽤 좋은 날이 됐으면 좋겠다.

ps. 저 널려있는 보드며 웻수트들, 저 자그마한 부스까지

옛날 생각이 드릉드릉 나는 구만..!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