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여행을 다녀왔다.
포르투에 사는, 지난여름 휴가로 알가르브에 놀러도 왔던 짝꿍의 친구의 남자 친구가 돌연사를 했다.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짠했는데 마침 집에 함께 사는 조카가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서 집이 빈다며 포르투로 초대를 했다.
고대하던 포르투 여행을 관광시즌에 맞춰 가다니...! 정말 들떴다.
요새 포르투갈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기도 하고, 기름값이 정말 비싸기도 하고, 공항에서 파업이니 뭐니 난리가 난리도 아니었어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카스카이스(cascais) - 포르투(porto) 여정이었다.
1. 포르투에 대한 감상
포르투는 아침에 안개가 낀다. 특히 강가나 바닷가 쪽은 특히나..! 그래서 나뭇잎들이 서리를 맞기도 한다.
정말 더울 때는 세상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대부분이다.
모후 정원(jardim do morro)에서 일몰을 보려고 두 시간을 앉아 기다렸는데 그날 6시쯤부터 수평선에 안개가 끼는 듯하더니
차가운 강바람에 바닷바람에 오들오들 떤 것에 비해 기대하던 색깔의 예쁜 일몰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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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들은 많이 낡은 것도 있지만 비교적 새 건물도 많았다.
알리아두스(aliados) 거리에는 정말 관리가 잘 된 것 같은 오래된 건물이 많았는데
관광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녹슨 오래된 건물들도 많이 보였다.
건물의 색깔 때문인지 어떨 때는 우중충하다는 기분이 들다가 또 무게감 있네~ 유럽이네~하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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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는 볼것들의 동선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시티투어버스(hop on, hop off)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대중교통수단이 관광 중심지 외곽부터 뻗어있어서
걸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강가로 갈수록 쏟아지는 내리막길이고
포르투 성당은 정말 산꼭대기에 있는 느낌이다.
6박 7일을 있었고 그중 시티투어는 4일 정도만 했지만 이틀째 되는 날 웬만한 거리를 다 꿸 수 있을 만큼 관광하기 쉬운 곳이었다.
2. 포르투 음식에 대한 감상
- 프란세지냐
나는 이미 프란세지냐(francesinha)를 먹어봤다. 빅맥,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의 포르투갈 버전이랄까.
정말 내 취향은 아닌 음식이고 이걸 먹고 나면 한 끼를 걸러야 소화가 다 될 것이란 걸 알았지만 포르투까지 왔으니 안 먹을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왜 프란세지냐를 안 먹냐고 난리가 났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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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라리아
포르투의 빵들은 대부분 덩치가 컸다. 보기도 좋고 덩치도 컸다.
리스본과 어떤 차이가 있냐 생각해보니 리스본은 웬만한 종류들을 다 페이스트리지로 만드는 반면에 포르투는 빵 반죽, 브리오슈 반죽을 베이스로 만드는 것 같았다. 페이스트리로 겹겹한 가벼운 크루아상은 콘티넨트 같은 마트에서 볼 수 있었고 길에서 보는 파스텔라리아에서는 다 두꺼운 브리오슈 반죽에 시럽을 한 겹 바른 크루아상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관광업이 정말 일찍부터 발달한 도시여서인지 모르겠지만 리스본보다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커피(에스프레소) 두 잔에 각자 빵 하나씩을 집어먹을 때 리스본은 5~7유로, 포르투는 7~10유로 정도 소비했다.
리스본, 카스카이스에서는 아무 빵집에 들어가서 제일 신선해 보이고 맛있는 걸로 골라 먹으면 열에 아홉은 다 맛있었는데
포르투에서는 보기 좋든 안 좋든 크게 맛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제일 맛있게 먹었던 건 만테가리아(Mantegaria)와 파브리카 드 나타(Fabrica de Nata)에서 먹은 파스테이스 드 나타(Pasteis de nata, 에그타르트)였다.
그곳만 리스본과 같은 가격에 비슷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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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도그
핫도그를 팔더라! 메뉴판에 적힌 Cachorro(카쇼후). 뭐야. 왜 개가 여기 있어? 하고 사진을 봤는데 핫도그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네 정말 한국인이 개를 먹니 마니 할 자격이 없어. 핫도그가 cachorro(카쇼추)잖아.
"Um cachorro se faz favor." (개 하나 주세요)
가게마다 주는 방식이 달랐지만 추천하는 곳은 [Cervejaria Gazela(쓰르베쟈리아 가젤라)].
산타카타리나 길에서 송 주앙 국립극장까지 쭉 내려오면 숨어있는 핫도그 가게를 찾을 수 있다.
3. 여행자인 '나'에 대한 감상
잠시 한국에 갔을 적에 거금 10만 원을 들여 DNA 검사를 했다.
현재 나의 상태가 아닌 DNA에 내재된 나의 성향을 분석해주는 그런 검사였는데 결과적으로 만족했다.
그때 검사 결과 중 운동능력에서 나는 근육운동도 적합하고 유산소 운동도 적합하지만
근육성장 속도와 운동으로 인한 체중감량은 적은 편이고 (그니까 가성비가 안 좋고)
운동 후 피로 해소 능력이 더디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이 결과를 보고서 하루 이틀 빡세게 운동하고 나면 3일은 맥을 못 췄는데
이 검사로 내가 오래 피곤한 당위성, 타당성을 증명한 것 같아 내 멘탈관리에 정말 도움이 됐다.
그니까 내가 쉬는 건 내가 피로 해소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지 내가 게으른 게 아냐 뭐 이런
긍정적인 상태 유지랄까?
무튼,
돈은 없지만 지낼 곳은 있고, 체력은 안되지만 남들 보는 거 다 보는 일정의 계획을 해야 하는,
J처럼 계획을 다 짰지만 P와 함께 다니기 때문에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발길은 마음 닿는 대로인 그런 여행이었다.
일주일을 잡고 왔지만 체력 빵빵한 여행자라면 3일이면 충분할,
나같이 피곤 피곤한 여행자라면 5일이면 충분할,
7일 계획이라서 그래도 3일은 늘어지게 쉬어 다행이었던 (그나마도 매일 외출해야 했지만) 그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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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정말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났다.
직접 인사 한 건 한 두 번뿐이지만 지나가는 동양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내적 반가움 뿜 뿜이었다.
(그리고 직접 대화했을 때는 대화 소재를 찾지 못해 '어버버버' 했던 기억이 난다ㅋㅋㅋㅋㅋ)
또 포르투 갈꺼야? 하고 묻는다면 음 또 가지. 그땐 조금 더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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