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포르투 여행을 가게 되었다.
정말 얼떨결에 가게 된 여행이고,
지난번 프랑스 여행 때처럼 부러 실망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공부도 안 했다.
그렇지만 준비 없이 여행 가려니 좀 불안해서 유튜브 영상 딱 하나 보고 체크리스트만 정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였다. ㅋㅋㅋㅋㅋㅋㅋ)
기름값도 비싸고 현재 차에 잔잔한 고장이 있어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https://global.flixbus.com/bus/lisbon
티켓은 1인 18유로씩, 좌석을 붙이느라 추가 요금을 약간 더 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냥 빈자리에 앉는 것 같았다. 실제로 기사가 표 확인하면서 아무 데나 앉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 추가금을 내고 좌석을 지정한 사람들이 약간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리스본 오리엔트 역보다 카스카이스가 더 가까우니 카스카이스 출발로 선택했다.
버스는 출발 20여 분 만에 신트라에 잠깐 서서 승객을 더 태우고 본격적인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나는 첫 출근 전날, 여행 전날, 시험 전날, 생일 전날 심지어는 기제사 전날 같은 '전날은 못 잔다'는 신드롬이 있다.
전날 전나 못 자. 젓 날. 뭐야 이거. 왜 말이 이상하지??
아무튼, 전날 못 자는 병 때문에 잠시 주유소에 서기 전까지 두 시간을 내리 잤다.
주유소에 버스가 잠시 서고, 폭염주의보가 사실인 듯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훅 들어왔다.
그리고 매캐한 타는 냄새.
우리가 포르투에 가기 전날 뉴스에는 화재로 인해 포르투로 향하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폐쇄했다고 했다.
출발하는 날에는 폐쇄가 해제되었다고 들었다.
뉴스가 진짜인지 확인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 비극이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창문도 열지 않은 에어컨이 빵빵한 버스 안에서도 불냄새가 났다.
점점 엉덩이가 아파오고 기립근에 찌뿌둥한 근육통이 생길 무렵 마침내, 버스가 다리를 건너려 했다.
멀리서 도오루(Douro) 강이 보였다. 프랑스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였던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했다는
루이스 1 다리(Luís I Bridge)도 보였다.
요즘 즐겨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소덕동 에피소드 중에 고속도로 설계를 놓고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 보면 유럽에서 공항로나 고속도로 같은 걸 지을 때 지형에 맞게 구불구불하게 지어
도착하기 전에 이미 그 지역의 경관이나 이미지를 느끼게 끔 해준다는 부분을 들은 기억이 있다. (자세하지 않다.)
나도 별로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었지만
좌우로 와리가리한 구불구불한 길을 가고 로터리를 몇 개 탔더니 막판에 멀미가 올라왔다
그래서 바로 숙소인 친구 집으로 가기 전에 좀 앉아서 진정하기로 했다.
포르투에서 가장 첫 번째 들른 파스텔라리아(Pastelaria)였다.
쇼윈도에 가득 찬 달콤한 것들이 익숙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크고 작음이 아니라 분명 아는 건데 미묘하게 다른 형태였다.
단건 별로 당기지 않아서 탄산수를 마시며 사진 한 컷.
"포르투 너와 츼얼쓰..."
탄산수를 마시면서야 둘러보는 거리와 건물들.
어둡고 낡은, 그런데 유럽의 정취가 나는, 관광객만큼이나 비둘기도 많은 이곳.
이 것이 포르투에 대한 나의 첫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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