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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3년 8 - 9월 일기

by Mia_Algarvian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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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feat. 짐)

또 한 번 이사를 했다. 아니 잠시 나가서 살다가 다시 돌아왔다.

내가 살면서 여행할 때 말고 이렇게 짐을 자주 싸 다닌 적이 있었던가..? 

이번에는 짐을 좀 간소하게 싼다고 쌌는데 

그래도병, 혹시나병이 싹 고쳐진 게 아니라 다 싸고 보니 가방 몇 개는 뚝딱이다.

짐을 쌀 때마다 느끼는 건, 남편 짐은 참 간소하다. 

엄청 많은 티셔츠, 반바지 몇 개, 긴 청바지 하나, 양말, 속옷이면 끝이다.

왜 내 짐은 상의(셔츠, 나시, 긴팔, 가디건), 하의(치마, 반바지, 긴바지), 원피스(점프수트), 운동복(상의, 하의, 내의), 

속옷, 양말을 다 싸고 나면 진짜 한 바가지다. 아니 왜??? 왜?????

이렇게 많은데 왜 맨날 입을 게 없지???????? 

다시 살던 집으로 돌아왔고 아마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계속 이 집에서 지낼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올해 특히 2023년에는 더 이상 짐 쌀 일 없기를.... 

(2024년엔 한국에 여행 가기 때문에 필히 짐을 싸야 한다. 여행 짐 싸기는 짱 신나니까 괜춘.)

 

 

포르투갈에서 돈 벌기

는 참 힘들다.

그냥 가게 종업원으로써, 최저시급으로 계산하고 주 6일 하루 6~8시간을 꽉 채워서 일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아무 커리어도 경력도 없는 사람이 월 1000유로 버는 게 정말 힘들다. 투잡을 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지난 7월, 8월 여름휴가철이라 일하던 가게에 손님이 정말 많았고 특히 주말에는 연장근무도 많았다.

9월 1일, 180시간을 일한 8월 급여를 인센티브까지 쳐서 850유로를 받았다. 

받으면서 너무 뿌듯하고 기분 좋았지만 동시에 이게 일 년 중 단 한 달,

내가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는 사실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은퇴하면 살기 좋다에 숨은 또 다른 면은 돈 벌며 살긴 어렵다가 아닐까?

 

9월은 이별의 달.

여름동안 같이 일했던 귀엽고 어린 동료들이 다 뿔뿔이 흩어졌다.

9월에 학기가 시작하고, 가게에는 일손이 부족해진다.

정말 일 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라기보다는 믿고 고용할만한 사람의 수가 적어진다고 봐야지.

우리나라도 농어촌지역에서 한국인 노동자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선호한다던데

여기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고용주가 지불해야 하는 임금의 차이라기보다는 근로자가 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아무튼.

나는 30대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막 성인이 된 18살이거나 20대 초중반이었는데

왜 어른들이 나이 어린 친구들이랑 있는 걸 복되게 생각하는지 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푸릇푸릇해. 어설프고 연약하지만 생기 있어. 

작은 일에도 깔깔 웃고 재고 간 보기보단 '우리'로 지내려는 그 소속감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