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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갈 커피 주문하기 "Abatanado(아바타나두)"

by Mia_Algarvian 2023.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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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 당연히, 에스프레소, 좋지!

근데 식후 커피로는 양이 감질난단 말이야.... 

 

Um café por favor. 

 

 

포르투갈 생활 중 첫 번째 취미거리는 바로 파스텔라리아(pastelaria)에 가는 것이었다.

카페이자 빵집인, 가격도 저렴한 파스텔라리아에서 커피 한잔에 페스츄리 하나 시켜서 먹으면 

"아 내가 유럽에 사는구나-" 하는 낭만이 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출처 : 구글

커피 주문 1단계  "Um café"

하지만 파스텔라리아에서 현지인 같은 낭만을 즐기자니

내 짧은 포르투갈어와 거지 같은 포르투갈어 발음 때문에

혼자서는 쫄보가 되어 주문을 제대로 못했다.

다른 커피를 시켜봐야지 하다가도 점원이 와서 '뭐 마실 거야?'하고 물어보면

'어.. 음.... 음....음카페 포르파보르'를 외치고 만다. 

좌 : 카페(café) + 파스테이스 드 나타(pastéis de nata)   우 : 카페(café) + 볼루 드 라란쟈(오렌지케이크)  

 

커피 주문 2단계  "Um café cheio"

그러다가 조금 더 자신감을 얻어서 "Um café cheio, por favor (움 카페 셰이오, 포르파보르)"를 말했다.

에스프레소 잔에 반절만 나오던 커피가 에스프레소 잔을 꽉 채워 나왔다. 와우..! 

 

커피 주문 3단계 "um galão"

이제 커피 주문에 자신감이 좀 붙었다. 옆 테이블에 보니까 긴 컵에 우유 가득 든 커피도 시키던데

오늘은 날도 춥고 나는 좀 많이 출출하고, 쇼케이스에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가 안 보이니

라떼를 시키겠다! 하면 galão(갈라옹)을 주문하면 된다. 

*주의: 원래 갈라옹 잔은 손잡이 없음. 근데 갈라옹은 뜨거운 라떼임.
 혹시 컵에 손잡이가 없다면... 손가락 주의..! 

 

좌: 갈라옹(galão)  우: 메이아 드 레이트(meia de leite)

 

커피 주문 4단계 "um meia de leite"

갈라옹은 우유가 너무 많아서 배불러... 조금 더 깔끔하게 우유 살짝 넣어 마시고 싶은데....

그렇다면 메이아 드 레이트(meia de leite)를 주문하면 된다. 

우유 반절만- 하는 의미인데 갈라옹 컵이 아닌 커피잔에 담긴 라떼다.

굳이 말하자면 플랫화이트(flat white) 같은 느낌이다. 

카푸치노랑 비슷-하지만 카푸치노보다 저렴하다. 

"메이아 - 드 레이트" 지만 "레이아- 드 메이트"로 발음실수를 엄청 많이 했었다.

이걸 읽은 당신도 실수하게 될 거야... ㅋㅋㅋ

 

좌: 아바타나두(abatanado)      우: 카페 셰이오(café cheio)

커피 주문 5단계 "um abatanado"

사실 이 주문은 3단계에 있어도 되지만 내가 4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알아차린 메뉴이기 때문에 5단계로 넣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남편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커피이기도 하다.

그냥 일반 커피잔에 나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이다.

아메리카노랑 다를 게 뭐냐고 한다면 보통 '아메리카노'는 물이 정말 많이 섞인 '한강카노'정도 되고

아바타나두는 커피잔에 적절히 채워진 보통 블랙커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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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바타나두를 알게 된 경위가 참 재미있다.

일단 남편, 포르투갈사람은 아바타나두가 있는지 몰랐다. 

물론, 10여 년 동안 고향을 떠나 있던 탓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외식을 한 어느 날 속이 부대껴서 도저히 아메리카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날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파스텔라리아 메뉴에는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아바타나두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다.)

 

그래서 남편에게 간곡하게 갈라옹을 주문하는데 우유 대신에 따뜻한 물로 채워달라고 부탁 부탁을 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주문이었지만 어떻게 되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주문을 했다.

 

종업원이 갈라옹에 우유 대신 뜨뜻한 물을 달라고??? 하는 와중에

 

이미 '갈라옹'주문을 들은 바리스타가 갈라옹컵(손잡이 없이 목 긴 컵)에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앞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던 한 젊은 포르투갈남자와 종업원이

"그게 바로 아바타나두잖아." 라면서 본인의 아바타나두를 보여줬다. 

얼굴이 빨개짐과 동시에 나와 남편이 엄청 웃었는데,

커피를 서빙하던 바리스타가 손잡이 없이 목 긴 컵에 담긴 아바타나두를 나르며

아뜨- 하는 손가락 + 심각한 얼굴의 퍼포먼스 같은 리액션을 보여줬다.

그렇게 우리는 아바타나두를 알게 됐다. 

 

좌 : 아바타나두(abatando) + 팡 드 로 초코랏(pão de lô chocolate)    우: 아바타나두(abatando) + 파스테이스 드 나타(pastéis de nata) 

 

이제 나는 커피 주문 하나는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이 되었다. 

커피주문만 자신있게 할 수 있고 빵이나 케이크는 아직 바디랭귀지가 필요하다... ㅋ

 

* 정리하자면

 

식후에 커피로 싹~씻어 내리고 싶을 때

아바타나두(abatanado)

 

너무 배가 불러 커피가 들어갈 자리조차 없을 때

카페 셰이우(café cheio) 또는 카페(café)

 

에스프레소의 카페인이 부담스러울 때는 에스프레소 잔에 이미 한 번 추출한 커피를 다시 내리는

카리오카(carioca) 또는 카리오카 드 카페(carioca de café)

 

이미 하루종일 커피를 엄청 많이 마셨지만 또 마시고 싶을 경우엔

디스카페이나두(descafeinado = 디카페인)

 

디카페인조차 안될 때는 뜨거운 물에 레몬껍질을 둥둥 띄운 레몬차

카리오카 드 리몽(carioca de limão) 

 

좌: 디저트 기억 안남 + 아바타나두(abatanado)  우: 아바타나두(abatanado) + 크로와상 폴랴두 미스투(croissant folhado misto)

 

++ 만약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필요하다면 이 주문을 시도해 보자.

나는 아직 혼자서는 한 번도 주문해 본 적 없지만 남편 입을 빌어 몇 번 시도한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아시아인 얼굴인 나는 외국인이다, 여행자다 하는 마음으로 주문해 보자.

Um café e copo com gelo, por favor
(움 카페 이 코푸 콩 젤루, 포르 파보르 )

 

얼음컵과 에스프레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지인의 시선은 무시하자.(윙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