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해만큼이나 길어진 저녁을 보내는 요즘,
숙제하느라 분주하던 나를 남편이 부리나케 불렀다.
"비빔밥!!!!!"
마스터셰프 포르투갈에 한국계 브라질인 '로즈 마리 림'이 나와서 비빔밥을 선보였다.
나는 그녀가 비빔밥을 조리해서 카트에 실어 나오는 부분부터 봤는데
보자마자 아.... 왜 하필 비빔밥일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1. 일단 포르투갈 사람들은 섞어 먹는다는 개념이 없다.
2. 맵찔이가 너무 많다.
참가자인 로즈마리씨도 매운걸 못 먹는 걸 고려해서 소스를 따로 준비했고,
심사위원들의 아주 "드라마틱"한 리액션에 밥에 안 섞고 소스만 먹어서 그렇다고 설명도 했지만
알알이 흩어져 비빔밥 아닌 비빔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그냥 내가 다 속상했다.
차라리 전주비빔 삼각김밥처럼 밥을 소스에 비벼서 내오면 좋았을걸.
누군가에겐 어차피 매울 텐데 음식 그냥 맵게 먹어, 하고.
인도카레 먹으러 가서 "아 큐민은 너무 매우니까 큐민 빼고-"같은 주문이 말이 안 되고
포르투갈 음식 먹으러 가서 "바깔랴우는 안 짜게-"같은 주문이 어이가 없는 것처럼
그냥 확- 쇼크를 줘버리지 싶었다.
물론 로즈마리씨는 앞치마를 받았다.
남편 말로는 한국음식으로 참가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재밌고 신선하다고 했다.
참고로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한식은 1. 김치 2. 비빔밥 3. 당면 들어간 요리다.
덕분에 남편과 어떤 요리를 출품하면 좋을지 얘기를 나눠봤다.
나는 비빔밥도 아이코닉 하지만 잡채가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일단 면이고, 이미 다 섞여있고, 파스타처럼 그냥 둘둘 말아먹으면 되니까.
불고기도 너무 좋은 아이디어일 것 같다.
간장양념에 얇은 고기, 당면을 누가 싫어할까.
육전, 지코바치킨, 소고기가지솥밥 같은 메뉴도 괜찮았을 것 같다.
김밥과 떡볶이는 별로일 것 같다.
김밥은 포르투갈에 잔뜩 퍼져있는 중국식 일식집에 그저 그런 스시롤이 만연하기 때문에 큰 임팩트가 없을 것 같다.
떡볶이도. 맵기도 하고 포르투갈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감이다.
그래서 일단 내일 점심 메뉴는 잡채다.
갑자기 잡채가 너무 먹고 싶어 졌다.
엄마가 해준 잡채는 그렇게 안 먹고 싶더니 꼭 한국 떠나면 잡채가 먹고 싶고 그런다.
Então,
다음 마스터셰프에 로즈마리씨가 무슨 음식을 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 방송 다시 보기는 아래 링크. 1:30:00부터 로즈마리씨 부분 방영
https://www.rtp.pt/play/p12429/e729342/masterchef-portu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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