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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나의 서핑 발전 일지. 포르투갈의 쇼어브레이크

by Mia_Algarvian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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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정말 말랑~말랑한 곳에서 서핑을 배웠다.
물도 따뜻하고, 햇빛은 쨍하고, 그중에 제일은 보드~~ 라운 모래바닥.

서핑을 시작하면서 내가 맞닥뜨려야 했던 계단을 생각해보자면
1. 넘어지는 것. wipe out.
모든 서핑은 wipe out으로 끝난다. 그리고 네가 넘어지는 곳은 물이다. 이렇게 곤쌀로가 주문을 외워주곤 했는데
물이 무서웠을까, 파도가 작은 날만 시도해서 그랬을까 내가 넘어지는 곳은 그냥 모래바닥에 물 약간 깔려있는,
그러니까 그냥 수영장 바닥이 모래인데 거기에 풍덩 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여름에 시작한 서핑이 가을, 겨울이 되어 파도가 더 커지고 매서워지고, 그럼에도 하나씩 성장해보려고 할 때 즈음.
다리가 동강 부러졌다. 그렇게 다리 좌우 균형이 무너지고 다시 제대로 서핑하기 까지 오래 걸렸지.
그럼에도 좋은 점은 있었는데 이젠 다친 다리를 보호하려 어느 정도 물 높이가 있어야 wipe-out이 편해졌다.
다리에 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오른쪽 다리로 착지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오른쪽 다리를 무리하니까 근육이 더 짧아지고 정강이에 통증도 생겨서
서핑할 때만큼은 웬만하면 물이 깊을 때(그만큼 파도가 클 때) 서핑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넘겨야 했던 한 고비,

2. 노즈 다이빙 nose diving.
노즈 다이빙은 보드의 앞부분(nose)이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걸 말한다. 이것도 사실 과정이지.
하지만 노즈 다이빙을 하면 지렛대의 원리처럼 그냥 물만 먹는 게 아니라 나는 물속으로 처박히고 보드는 머리 위로 날아간다.
그리고 파도가 큰 날 노즈 다이빙을 하면 그냥 파도가 부서지는 모양대로 같이 물속에서 빙글빙글 구르는 거지.
이걸 우리는 전문용어로 세탁기라고 하지. washing machine.
이때 높은 확률로 재수 없으면 보드가 반동강 나게 부서지기도 하고 사람이 부서지기도 한다.
나는 초보라 길이가 긴 롱보드를 사용해야 하고, 내가 사이드 라이딩을 하지 않는 이상 노즈 다이빙을 감수해야 했다.
노즈다이빙을 피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면 마지막 순간에 상체를 더 뒤로 젖히는 거고(노즈에 가는 무게 줄이기), 동시에 빨리 보드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pop up)이 문제는 그냥 해결된다.

그러나 수술과 장기간의 운동실조와 다치기 직전에 여행 중이라 온갖 산해진미를 다 뱃속으로 들이밀던 내 몸은 퉁퉁 불어있었고
나는 다리 근육뿐만 아니라 코어 근육도 잃고 타락한 자존감과 더불어 뱃살을 얻었지.

최근 재밌게 본(그러나 엔딩이 망한) 드라마 2125(스물다섯스물하나)에 희도 아빠는 희도에게 알려준다.
실력은 계단처럼 느는 거라고.

나는 철심 박은 다리와 타이트한 스프링 슈트를 껴입고 겨울 서핑을 도전하다 거센 파도에 세탁당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후 그렇게 겨울 서핑을 넘겼고 그맘때쯤 나는 철심을 빼는 수술을 하고, 코로나가 시작됐다.


코로나가 시작되어 좋은 점은.... 서핑을 많이 했다는 거다.
일이 없는데 바다는 비었고, 어딜 갈 수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그때 서핑을 진짜 많이 했다.
사실 별로 모티브가 없어서 하는 둥 마는 둥, 억지로 서핑하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가 나타났지.

젊은 또래의 여자애들이 의욕에 가득 차서 서핑을 하겠다고.

3. 라이벌
말도 안 되게 라이벌이 등장한 거다. 아니 라이벌이 아니라 자존심 문제였다.
내가 서핑스쿨에 일하는데 걔들보다 못 타면 안 되잖아. 그런 마음으로 서핑을 좀 열심히, 학구적으로 했다.
전에는 곤쌀로가 이것저것 코칭해주면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빨리 늘어야 하니까 듣고 고치려고 했다.
그리고 이맘때 즈음 코로나 극복 의지로 (곤쌀로가)고프로를 산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아무도 내 서핑 영상을 안 찍어주는데 내가 나를 스스로 보니 흐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니 피로감이 없어서였을까? 정말 빨리 늘었다.
그러면서 물속에서 서핑 영상 촬영하는 것도 더 잦아졌지.
아 뭐가 늘었냐면 일단 팝업 직전에 사이드 라이딩하는 거, 레일 이용해서 속도 내는 거. 이제 좀 익숙해져서 더 열심히 해보려는 와중에 여름이 오고 락다운이 길어졌다.


코로나로 인한 여러 부조리를 겪고 겪다가 마지막엔 베트남을 나와야 했다.
그렇게 한국에 오니 자연스럽게 서핑과 멀어지게 되더라. 일단 물이 차잖아......ㅋㅋㅋㅋ
그리고 다시 포르투갈에 온 지금.

4. 쇼어 브레이크
새로운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여기는 쇼어 브레이크가 장난이 아니다.
스킴 보드를 전문적으로 탄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포르투갈 바다.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남부지역의 팔레지아 해변은 고운 모래가 아니라 자갈 섞인 모래라 한번 세탁당하고 나면
웻 슈트 안으로 자갈이 들어와서 자동 지압. 바다에 나가면서 발바닥 자동 지압.
무엇보다 쇼어 브레이크로 자갈이 파도와 함께 나를 덮친다.

내가 아직 운동할 자세가 안되어서 그런 걸까. 무튼 쇼어 브레이크던 말던 나를 내던져야 하는데.
보드가 새것이고, 작아서, 3mm 기모웻수트가 적응이 안돼서, 물이 너무 차서 등등 핑계 댈 이유는 많지만
그중에 제일은.... 쇼어 브레이크.
정말 내가 동강 날 것 같다니깐...??

그 와중에 고향 파도라고 신난 쌀로의 빵댕배럴을 썸네일로 붙여본다.

앙 찬물써핑 어려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