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참 용감도 하지. 왜 때문에 방충망이 없냐??
파리나 그렇다치고 여름에 모기 들어오면 어쩌려구.
라고 투덜댄 적이 있다. 핸드폰이 그걸 들었는지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으로 영상이 떴다.
이 영상을 보고 나서, 또 여태까지의 경험을 미뤄봐서는
'음... 그래. 모기가 없을 수도 있겠다.'
라고 오만했었다.
포르투 여행 중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열대야를 보내야 했는데
도저히 참지 못하고 창문을 조금 열고 잤다.
그리고 밤새 다리를 긁으며 잠을 설쳤다.
포르투에서 물린 모기 자국은 정말 오래갔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너무 오랫동안 가려웠고,
물린 자리에는 노란색 물이 찼다.
세상에 고름인가 싶어 피가 나올 때까지 짜내면 다음날 또 노란 물이 덜 익은 여드름처럼 차올랐다.
팔뚝이나 손목처럼 긁기 쉬운 자리는 자면서 나도 모르게 긁다가 피딱지가 앉았고, 결국 흉터도 몇 군데 생겼다.
사실 처음엔 부정했다. 다리에만 열 방 넘게,
상의가 말려 올라갔는지 옆구리에도 세 방, 등에 두 방 등등
너무 광범위하게 모기에 물리는 바람에
침대에 진드기가 생겼나 싶었다.
어느 저녁 웽~하는 소리를 듣고 보니 아 모기가 맞는구나 싶었다.
모기 물린 자리는 적어도 일주일은 가렵다가 가라앉았다.
모든 상처가 그렇듯 역시 밤에 제일 간지러웠다.
나는 A형이고 짝꿍은 O형이라 모기가 밥 먹으러 왔다면 짝꿍이 더 많이 물렸어야 하는데
태생부터 장착된 곱슬곱슬한 털이 보호한 건지 짝꿍은 거의 물리지 않았고,
물렸다 하더라도 나처럼 노란 물이 차는 현상은 없었다.
아마 내가 처음 겪는 종류의 모기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사실 짐작만 할 뿐, 왜 모기 물린 자국이 깔끔하지 못한가는 잘 모르겠다.
한국이었다면 버물리를 사서 발랐을 텐데, 그럼 내가 덜 긁었을 텐데.
흉 진 자리도 마데카솔이나 바스포나 에스로반 같은 연고 얼른 사서 발랐을 텐데.
아니 여기가 아시아권이기만 했어도, 그냥 호랑이 연고라도 발랐을 텐데...
또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한국이 많이 그립다.
당장 나가 못 사면 배송 빠른 걸로 주문하면 그냥 쑝 오던데...
포르투갈은 택배 받는 게 까다롭고 관세 폭탄이 많다고 해서
엄마가 몇 번이고 뭘 보내려 했는데 그러지 말라고 했다...
결론. 바람 없는 저녁에는 창문 열지 말자. 모기 들어온다.
장기간 여행에는 꼭 연고도 챙겨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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