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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8월 2주 깅슈(Guincho) / 코스타 다 카파리카(Costa da Caparica) / 아시아식료품점 / 팡 드 데우스(Pāo de Deus) / 무화과

by Mia_Algarvian 2022.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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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깅슈해변 

 

볼라 드 베를림(Bola de Berlim) 원조 맛집, 깅슈해변에 왔다.

사실 마지막으로 깅슈 해변에 왔을 때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도망치듯이 호카곶(Cabo da Roca, 카보 다 호카)으로 갔는데,

이번엔 정말 깅슈해변을 갈 작정으로 왔다.

 

역시나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일단 주차할 곳 찾는 게 힘들었고,

겨우 찾은 주차장은 하루 종일 주차비가 3유로였다. 

아득히 옛날 같은 겨울, 주차 걱정 없이 들렀던 때가 생각났다. 

 

아무튼, 포르투 해변 이후로 또 정말 오랜만에 밟는

보들보들하고 뜨겁기까지 한 모래 해변에 

발이 푹푹 빠져가며 걷다가 대충 파라솔을 펴고 자리 잡았다.

 

한 시간여 만에 도넛 파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는 크림 같은 것 없는 그냥 튀긴 도넛만 팔았는데

튜닝의 끝은 순정이지. 아무것도 안 들어가도 느므 맛있다. 

 

우리가 갔을 때 아주 간조에서 만조로 가는 중이라 서서히 파도가 생기고 있었는데,

어? 파도가 생긴다?? 하고 생각할 무렵 정말 많은 서핑스쿨 무리들이 와서 서핑 강습도 하고 프리 서핑도 했다.

오랜만에 와글와글한 서퍼 떼를 보니 나도 갑자기 서핑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리스본만 오면  단것을 너무 많이 먹게 되어 벌써 몸이 많이 불었다.... 어휴... 

이 글을 쓰는 지금 또 다짐한다. 내일 아침엔 뛰러 가야지. 

아무튼 오랜만에 보들보들한 모래 해변에 생각보다 따뜻한 바닷물에 해수욕도 하고, 볼라 드 베를림도 먹고, 서퍼도 본

깅슈깅슈 한 하루였다. 

 

 

2. 아시아 식료품점

볼일이 있어 산타크루즈까지 갔다가 점심시간 전에 일을 마치고 짝꿍을 초대해서 점심을 먹었다. 

온갖 아시아 식료품을 다 판다는 마르팀 모니즈(Martim Moniz)에서...!!! 

 

리스본의 한인 슈퍼마켓인 코푸 마트나 우리 마트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를 판매하는 다른 대형 식료품점 몇 곳을 들렀는데,

배추랑 무가 있어서 얼마나 반갑던지......!!  김치 담을 힘도 없으면서 무랑 배추만 보면 이렇게 반가워서는..! 

알가르브로 돌아가기 전에 꼭 여길 들러서 이것저것 사가야지.  

베트남 살 때만큼의 다양한 종류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동남아 과자, 쌀국수 면, 피시소스 등을 보니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3. 스크린도어 없는 지하철

'리스본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다! 뭐든 다 아는 거라도 처음은 재밌다.  

포르투에서도 지하철을 많이 애용했지만 리스본에서 타는 건 또 다른 기분이다.

 

한국엔 폭우로 물난리가 났는데 이수역이 침수되는 와중에 스크린도어가 물을 막아줘서 열차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짝꿍이랑 스크린 도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이 똑똑하신 핸드폰이 그새 그걸 듣고는 유튜브에 한국의 스크린도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추천해주었다.

아무튼, 스크린도어 없는 지하철은 또 오랜만이라 그냥 써봤다. 

 

 

4. 고소한 코코넛 풍미가 가득한 팡 드 데우스(Pāo de Deus) 

다낭에 살면서 일본 빵집에 종종 들렀는데 짝꿍은 그때마다 코코넛 과육이 올라간 빵을 집었다.

물론 나는 야끼소바 빵이나 피자빵 같은 걸 샀는데 한입 씩 얻어먹는 코코넛 빵이 제법 맛있었다.

그러면서 포르투갈에도 이런 빵이 있다고 얘길 해줬었지. 

그리고 지나가다 들린 파다리아 포르투게자(Padaria portuguesa)에 들러 빵 드 데우스(Pāo de Deus)를 먹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투박한 모양으로 팔고 있었는데 달달하고 고소하니 참 맛있었다.

 

 

5. 코스타 다 카파리카 (Cosata da Caparica) 

이번엔 간단한 샌드위치 점심을 싸들고 해변으로 갔다.

조금 오래 있을 요량으로, 또 모래가 보들보들한 해변인 '코스타 다 카파리카'로 왔다.

짝꿍은 여기서도 서핑을 많이 했다며, 또 마지막으로 키운 반려견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이곳이라서 여러모로 설레어했다. 

 

알마다 지역에 축제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곳곳에 여름 축제 홍보물이 걸려있었고,

티켓을 파는 목적인 듯 한 캠핑카도 여럿 보았다.

그리고 도착한 주차장에 주차비 5유로ㅋㅋㅋㅋㅋㅋㅋ. 성수기는 정말 어딜 가든 똑같나 보다.

역대 최고 주차비를 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있을 거라 좀 덜 아까웠다. 

 

이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늘에 있으면 얼른 싸늘해졌는데,

코가 찔끔 나오는 걸 참고 참고 참으며 그늘에 있다가 감기 걸릴 것 같아 햇볕 아래 나와 누웠는데

그 따스함에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잠깐 깨서 뒤집어 잤는데, 말해 뭐해. 앞 뒤로 일광화상을 아주 멋지게 입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를 끈으로 묶는 비키니를 입어서 뒤에는 수영복 자국이 별로 남지 않았는데

비키니 상의 모양으로 아주 비켜서 벌겋게 익어버렸다. 

갑자기 topless여성들이 왜 그러는지 좀 이해가 됐다. 

허허.. 참나..

 

 

6. 무화과 

 

알가르브 집 근처에는 무화과나무가 정말 많다.

아몬드 나무, 올리브나무 그리고

그들 사이로 풍성한 잎을 자랑하는 게 바로

무화과나무들이다. 

 

그리고 참 고맙게도 이 나무들이 개인 소유 땅이 아닌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서 

서리한다는 죄책감 없이 따먹어도 된다고 했다. 

 

알가르브 생활을 시작하던 3월부터

무화과나무 옆을 지나노라면 

이야 저거 저거 언제 열매 맺어서 내가 따먹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8월 말이나 되어 다시 알가르브에 가면

왠지 무화과 철이 끝날 것만 같다. 

 

그래서 오늘은 집 뒤쪽 정원에 크게 난 무화과나무에서 작은 수확을 했다.

 

익은 무화과 찾는 게 쉽지 않았지만,

새들도 와서 파먹고 가는 유기농 무화과는 정말 달고 맛있었다.